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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토요일 나와, 연차 내지마. 싫으면 나가”…탑텐의 신성통상, '직장 갑질' 상상 초월

패션 브랜드 '탑텐'과 '앤드지', '지오지아'를 거느린 중견 패션 기업 신성통상이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당일 전화 해고에 이어 임원의 직원 폭언·폭행·성희롱 논란까지 거의 날마다 신성통상 내부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일간스포츠가 입수한 한 제보자의 카카오톡은 신성통상의 직장 내 갑질 문제가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팀장을 제외한 팀원들의 토요일 출근 강요와 연차 금지, 주말에도 직원 전원 카카오톡 대기 요구까지 상상 이상이었다. 전문가와 업계는 "단순한 사고가 아닌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의 오너십과 회사의 구조적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주말 카톡 대기∙토요일 출근… "싫으면 나가" 신성통상의 한 브랜드 영업팀 단체 카카오톡은 A 팀장의 막말과 부당한 요구로 가득했다. A 팀장은 주말 실적에 대해 화를 내고 있었다. 매장이 전년 대비 10개가 늘어났는데, 주말 실적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A 팀장은 "실적, 이렇게 관리들 하지 마라. 왜 병신같이 비교당하려고 드나"라며 "내일부터는 (오전) 7시 되면 카카오톡 방에서 대기들 하라"고 지시했다. A 팀장의 강요는 갈수록 심해졌다. 그는 "너희들은 자율이라는 게 없다…. (중략) 여기 올리기 싫은 사람, 주말에 톡 나누기 싫은 사람은 그만둬"라고 썼다. 이어 A 팀장은 "이제 토요일 나 빼고 세 명씩 나와. 격주로 출근해. 그래야 실적 챙길 거 같다"며 "그리고 연차 같은 것도 내지 마. 이제 연차고 뭐고 없다. 욕 나올 거 같은데 참는다"고 했다. 팀원들은 격분한 팀장 아래 숨죽이고 있었다. 불법적 요구와 부당한 발언에도 "명심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면목 없습니다", "매일 보고 드리겠습니다"라고 답했다. A 팀장의 말마따나 싫으면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패션회사 영업파트는 근무 특성상 주말에 일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백화점과 쇼핑몰에 입점한 매장의 실적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는 팀장을 제외한 토요일 출근과 연차 금지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B 패션 회사 관계자는 "설령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영업파트라고 할지라도 주말 근무를 하면 대휴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등 규칙을 세워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다"며 "주말 카카오톡 대기 같은 경우는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상당히 이상하다"고 했다. 신성통상에 근무하고 있는 C 씨는 "결국 비슷한 업종으로 이직해야 하는데 여기서 안 좋게 나가면 소문이 나서 취업이 어렵다"며 직원들이 순종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전했다. '평창 롱패딩' 유명세…기업 문화∙시스템은 후진적 원래 대우그룹의 계열사였던 신성통상은 1968년 설립된 이후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의 수출로 성장했다. 작은 가방 제조 업체를 운영하던 염태순 회장은 외환위기 이후 경매로 나온 신성통상을 사들이며 사업을 키웠다. '갭' '랄프로렌' 등 유명 해외 브랜드 의류를 생산해왔으나 신성통상의 국내 인지도는 작았다. 신성통상은 ‘2018 평창겨울올림픽’을 통해 단숨에 국민적 인지도를 얻었다. 당시 올림픽 공식 후원사였던 롯데백화점과 협업해 출시한 '평창 롱패딩'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최고의 제품으로 불리면서 빅히트를 쳤다. 신성통상의 기업 가치도 덩달아 치솟았다. 평창 롱패딩 외에도 신성통상이 전개하는 SPA 브랜드 탑텐은 가격 대비 품질이 좋다는 이미지를 얻으면서 1000원에 불과했던 주가도 연일 신고가를 갈아 치웠다. 매출과 영업이익도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신성통상은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탑텐은 물론 지오지아·앤드지 등 보유 브랜드를 키우는데 열을 올렸다. 탑텐은 홍보 모델로 과거 글로벌 SPA 브랜드인 '유니클로'의 오랜 얼굴이었던 이나영을 발탁했다. 지오지아는 박서준, 앤드지는 정해인을 연달아 기용하면서 스타 파워를 보여줬다. 미디어는 유니클로를 제치고 선두 자리를 넘보는 탑텐과 염태순 회장을 앞다퉈 조명했다. 그러나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내부 시스템과 문화는 그렇지 못했다. 오너 염태순 회장부터 변해야 전문가들은 신성통상의 문제를 오너에 집중된 기업 구조와 문화를 등한시하는 시스템에서 찾는다. 특정 팀장, 특정 임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염 회장은 사실상 지금의 신성통상을 만든 경영인이다. 공격적 경영과 특유의 카리스마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염 회장은 회사의 외형과 이익을 키우는 데 주로 집중했다. 조직원의 행복과 기업 문화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선진적인 기업 문화는 오너의 마인드에 따라 달라진다"며 "막대한 모델료를 들여 브랜드는 키웠으나, 사내 직원들에게는 그렇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는 기업 문화가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되는 최근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정 문화평론가는 "요즘 소비자는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문화를 고려해 물건을 산다. '착한 소비' 트렌드를 보면 알 수 있다. 신성통상과 같은 문화를 가진 기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패션 업계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D 패션 기업 관계자는 "요즘 업계에서 주말 근무 강요, 카카오톡 대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는 주 52시간 근무와 직장 내 갑질을 금하는 최근 분위기와 완전히 다른 흐름"이라면서 "패션 기업은 여성 직원이 많다. 평등한 관점에서 기업 문화가 형성되는 추세"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신성통상의 문제를 일개 팀장이 아닌 오너 중심적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었다. D사 관계자는 "기업 내 특정인(오너)의 영향력이 강하면 빨리 움직이고 공격적이다. 그러나 이런 기업일수록 소통이 어렵고 불합리한 일들이 쌓여 결국 크게 곪아 터지고 만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배웠다"고 덧붙였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22일 일간스포츠와의 전화통화에서 "먼저 어려운 여건 속에서 물의와 논란을 일으켜 죄송하다. A 팀장의 직장 갑질에 대해서 파악했으며 자체적으로 사실을 확인해서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불거진 여러 문제를 인지했고 절차에 따라서 상벌위원회 개최 일정을 잡고 있다"고 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0.04.2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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